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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카피 전략] 시대와 '공감의 눈물'이 대통령 문재인을 만들다

by 탐사선장 2023. 1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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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추모식에 참석해 눈물을 훔치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

카피를 통해 가장 영광스러운 일을 세 번씩이나 맡게 되다

세상을 살면서 영광스러운 일이 무엇이 있을까? 광고를 하면서 영광스러운 일이 무엇이 있을까? 금액이 큰 경쟁 PT에서 이기는 일은 광고쟁이에게 기쁘고 행복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영광스럽기까지 할까? 생각해 본다. 카피라이터라는 일을 하면서 어떤 영광스러운 일이 있었습니까?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면, 이 일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신 세 분의 대통령 선거 광고를 담당한 일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의 선거광고는 갓 광고쟁이가 되었을 때 했고, 5년 후 노무현 대통령 대선광고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번 떨어진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도전했을 때 문재인 후보 선거광고를 담당하게 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후보 캠프에 들어가서, 노무현은 대통령은 광고회사에 다니며 아르바이트로, 문재인 대통령은 다니던 광고회사에서 비딩을 통해 수주함으로써 하게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뺀 두 분의 일화는 앞 전 블로그에 있기에 참고하시기 바란다.

자의가 아닌, 시대가 문재인을 대통령 후보로 세우다

문재인 후보는 처음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낙마한 후, 두 번 다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산행을 좋아했던 그는 히말라야의 2번째 봉인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다녀오며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상황은 급박하게 돌아갔다. 최순실 사태로 인해 박근혜 그 당시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면서 야당은 대통령 후보가 필요했고, 최고의 적임자는 문재인이었다. 자신의 의지라기보다는 시대가 그를 다시 대통령 후보에 세운 것이다. 광화문 앞에는 연일 촛불시위가 일어났고, 촛불은 들불이 되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국민들이 쓴 카피 '이게 나라냐?'에 문재인은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겠다

이때, 가장 많이 등장했던 피켓이 '이게 나라냐'였다. 손에 들렸던 이 피켓 카피 문구는 그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의 이게 나라냐는 물음에 문재인 후보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보겠다고 화답한 것이다. 오래전 김대중 대통령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나라다운 나라'를 선거 카피 슬로건으로 들고 나왔었다. 이때와 비슷한 슬로건이라 할지라도 그때는 좀 추상적이었다면, 문재인 대선후보의 '나라를 나라답게'는 국민적 요구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완성된 슬로건이었기에 국민들이 좀 더 쉽게 공감하고 각인할 수 있는 슬로건 이자 카피였던 샘이다. 카피가 쉽게 나온 것 같아도 그 속에 들어가 보면 수많은 토론과 헤쳐나가야 하는 난관이 있다. 그 점은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 후보 선거 포스터

눈물 흘릴 줄 아는 대통령 하나쯤 갖고 싶다

그 당시를 회고하면, 기억나는 점이 문재인 후보가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며 추모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문재인 후보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 그 순간의 찰나를 어느 사진사가 잡아냈다.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SNS에 글과 함께 올렸다. 광고팀은 그 사진과 글을 놓칠 수 없었다. 그 사진 자체와 글이 그대로 TV 광고의 영상과 카피가 될 수 있는 최고의 소재였다. 문재인 후보의 최대 장점이 공감인데, 이 장면은 그 어떤 광고 영상보다 진심을 담아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인 박종우 님에게 연락을 해 양해를 구하고 광고에 싣게 되었다. 후일 이 광고는 서울 영상광고제에서 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 TV광고 '문재인의 눈물' 편

 
 
대통령 선거기간 후보들의 사진을 찍기로 했다.
500밀리 망원렌즈를 통해 본 문재인 후보의 얼굴.
추모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애써 울음을 참았지만
그의 눈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평생 사람 얼굴만 관찰해 온 나는
얼굴로 그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재주가 있었다.
이날 눈물을 흘린 문재인의 슬픈 표정은
일부러 만들어낸 것이 아닌 진심으로 보였다.
그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하루아침에 우리나라가 바뀌진 않을 것이다.
취임과 함께 수많은 걸림돌이 그의 앞에 놓일 것이다.
그렇더라도 가슴 아픈 일에는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대통령을 갖고 싶다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박종우 
 

타임지를 통해 안보 문제를 불식시키다

대통령 선거기간에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것을 잘 포착하는 것 또한 광고담당자라든지 카피라이터가 해야 할 일이다. 이것을 광고쟁이들의 촉이라고 해야 할까? 이 당시 문재인 후보가 타임지의 표지인물로 선정되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했다. 북핵문제에 대한 긴급인터뷰였다. 가뜩이나 안보에 대해 취약했던 진보 진영이었다. 이것은 국민들의 불안을 불식시켜 주기에 엄청 든든한 소재였다. 곧바로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후보 측 총괄광고팀에 선제 안을 했다. 후보 측에서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런데 문제는 타임지를 그대로 쓸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타임지를 설득해 광고로 만들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선거가 끝나고 광고가 나간다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소재가 되고 만다. 다행인 건, 타임지에서의 인터뷰를 가지고 광고소재로 만드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문재인 후보가 타임지 표지모델로 등장한 듯 보이기 위해  영상 폴리시부터 타임지의 강력한 빨간 네모 박스를 그대로 도용했다. 타임지와의 인터뷰 내용을 카피로 만들었다. 또 그 내용을 영상으로 구성하여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넣었다. 이 광고는 보는 순간, 문재인 후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인물임과 동시에 강력한 안보관과 그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를 이룰 적임자로 느끼기에 충분했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된 후, 이 약속을 지켰다. 북한의 김정은과 만나 판문점 회담과 평양회담 등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평화가 깃들게 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것이 지속적으로 정착되지 못한 점일 것이다.  
 
 

문재인 후보 '타임지' 편 TVCF 광고 장면

 

카피는 공감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여는 도구'다

카피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의 듣는 이, 즉 소비자의 공감이다. 공감이 되지 않는 메시지는 공허하다. 허공을 향해 혼자 지르는 메아리 라고 할 수 있다.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먼저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나 팩트여야 한다. 공감을 얻기 위해 무작정 멋지게 포장하여 다가간다면 이는 포장지만 예쁜 선물이나 다름없기에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래서 공감은 사람은 '그 사람의 성품', 제품은 '그 상품의 가치'로 판명 난다. 그것을 통해 소비자의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의 문을 열었다면 그때부터는 그 방 안에서 함께 즐겁고 재밌게 놀면 된다. 사람에 대한 지지와 제품에 대한 판매는 결국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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