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선균 님의 명복을 빕니다.
나의 아저씨는 2018년 tvN에서 방영된 수목드라마입니다. 이 드라마는 '또 오해영'의 박해영 작가의 작품입니다. 웰메이드 작품 중에서도 웰메이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 번 이상 본 드라마이기에 특히 이선균 님의 소식은 더욱 안타깝습니다. 앞으로도 또 볼 생각입니다. 그 정도로 슬프면서도 아름다운 드라마였습니다.

줄거리
바른생활 사나이인 40대 건축 회사 팀장 박동훈(이선균)은 홀어머니 변요순(고두심)과 이혼당한 백수 친형 박상훈 (박호산), 유망 영화감독이었지만 밑바닥으로 떨어진 동생 박기훈(송새벽)과 삼 형제로 우애가 깊습니다. 두 형제는 서울대를 나온 박동훈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은 박동훈의 집안엔 고름이 차 있습니다. 변호사인 아내 강윤희(이지아)와 관계가 좋지 못합니다. 부인 강윤희는 대학 후배이자 현재 박동훈의 건축 회사 사장에 취임한 도준영(김영민)과 불륜관계입니다. 도준영은 자신의 불륜녀(강윤희)의 남편이며 대학선배인 박동훈을 어떻게든 회사에서 자르려고 합니다.
이때, 박동훈의 팀에는 서류 및 비품 관리를 위해 비정규직 이지안(아이유)이 들어오게 됩니다. 이지안은 요양원에 계신 말 못 하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아가는 소녀가장입니다. 어떻게든 이 지긋지긋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식당에서 알바를 하며 남은 음식을 싸가지고 단칸방에서 커피 한 잔으로 저녁 요기를 합니다. 이지안에겐 사채빚이 있습니다. 사채업자는 할머니를 지속적으로 괴롭혔고 참다못한 그녀는 사채업자를 부엌칼로 죽이게 됩니다. 정당방위로 나온 이후 사채업자 아들에게 지속적인 빚독촉으로 다시 괴롭힘을 당합니다. 사채업자 아들은 어릴 적 함께 놀던 친구였습니다.
박동훈의 회사는 신흥세력인 도준영파와 재건을 꿈꾸는 전무파가 현 회장 이후의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이사회 싸움이 붙습니다. 박동훈을 이사로 올리려는 전무파와 박동훈을 자르려는 도준영파가 부딪힙니다. 사장 도준영은 비정규직 이지안의 박동훈을 잘라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그를 고용합니다.
이때부터 이지안의 박동훈에 대한 도청이 시작되고 도청을 통해 이지안은 박동훈의 삶에서 감정의 치유를 받습니다. 하지만 극이 전개될수록 박동훈 또한 이지안에게서 삶의 치유를 받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바닥에 떨어진 소녀가 한 아저씨를 만나고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이 보입니다. 이것까지는 키다리 아저씨를 연상시킵니다. 하지만 키다리 아저씨 보다 나의 아저씨가 한 단계 나아가는 것은 키다리 아저씨는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지만 나의 아저씨는 완벽하지 않은 이 시대의 불안한 소시민입니다. 불우한 환경의 소녀와 불안전한 소시민이 만나 하나의 평온한 삶의 완성해 가는 것이 이 드라마입니다.
도청이라는 소재가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펼쳐지는 내용은 키다리 아저씨 보다 훨씬 현실적이며 인간적입니다. 사람의 삶이라는 것이 어느 날 왕자가 나타나서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바꿔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더욱 감동을 전해 줍니다.
지금부터 나의 아저씨의 명대사를 한 번 보시지요.

1화
이지안: 밥 좀 사주죠?
이지안은 밥을 먹고 살아갈 돈도 부족한 소녀가장입니다. 그래서 그녀는 밥을 통해 나의 아저씨에게 말을 겁니다. 그것은 사채업자에게 맞아서 멍든 눈을 가린 선그라스를 끼고 말입니다.
박동훈: 마음에 걸리는 게 없으면 뭘 죽여도 문제없어. 근데 마음에 걸리면 벌레만 죽여도 탈 나.



박동훈을 회사에서 짤리게 하기 위해 키스를 통해 스캔들을 일으키려는 이지안. 그런데 알고 보니 아저씨 박동훈이 불행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신만큼 거지 같은 인생이라 그 인생이 조금이나마 재밌어 보라고 입술을 대었다고.
7화
최유라: 인간은요, 평생을 망가질까 봐 두려워하면서 살아요.
전 그랬던 거 같아요.
처음엔 감독님이 망해서 정말 좋았는데, 망한 감독님이 아무렇지 않아 보여서 더 좋았어요.
망해도 괜찮은 거구나,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망가져도 행복할 수 있구나...
안심이 됐어요. 이 동네도 망가진 거 같고, 사람들도 다 망가진 거 같은데...
전혀 불행해 보이지가 않아요. 절대로. 그래서 좋아요, 날 안심시켜 줘서.
유망 감독이었던 박상훈(송새벽)의 첫 장편영화에 여자주인공으로 꽂힌 최유라(권나라). 그녀 때문에 영화가 망쳤다고 생각하는 박상훈. 박상훈이 청소용역업체를 하자 너무 좋아하는 최유라. 박상훈 영화에 출연하고 연기에 자신 없던 그녀는 술로 생활했었다. 하지만 유망 감독이 망가진 모습에 처음에 통쾌하고 나중엔 연민을 느낀다.
9화
박동훈 : 나 같아도 죽여… 내 식구 패는 새끼들은.. 다 죽여!
이지안을 괴롭히는 사채업자를 찾아가 죽도록 맞으면서도 그녈 패주는 박동훈. 그 상황에 그녀는 무너진다.
15화
이지안: 사람만 죽인 줄 알았지? 별 짓 다했지? 더 할 수 있었는데.
그러게 누가 네 번 이상 잘해주래? 바보같이 아무한테나 잘해주고..
그러니까 당하고 살지."
나의 아저씨 박동훈의 앞날을 위해 도청도 끊고 도망치는 이지안. 아저씨를 마음으로 사랑하면서도 입으로는 다른 말을 내던진다.

16화
자신을 도청한 사실을 들켜 숨어버린 이지안을 기어이 찾아낸 박동훈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이지안의 모든 것을 다 용서하고 감싸주며 건네는 말.
박동훈: 고맙다. 고마워... 거지같은 내 인생 다 듣고도 내 편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워, 나 이제 죽었다 깨어나도 행복해야겠다.
너, 나 불쌍해서 마음 아파하는 꼴 못 보겠고, 난 그런 너 불쌍해서 못 살겠다.
너처럼 어린애가 어떻게, 어떻게... 나 같은 어른이 불쌍해서... 나 그거 마음 아파서 못 살겠다.
내가 행복하게 사는 꼴 보여주지 못하면, 넌 계속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할 거고,
나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너 생각하면 나도 마음 아파 못 살 거고
그러니까 봐. 어? 봐! 내가 어떻게 행복하게 사나, 꼭 봐.
다 아무것도 아니야. 쪽팔린 거?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거?
다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나 안 망가져. 행복할 거야. 행복할게.
이지안: 아저씨가 정말로 행복했으면 했어요.
박동훈: 어, 행복할게.
자신을 피해 숨어버린 이지안을 기필코 찾아낸 박동훈. 그녀를 마음으로 감싸 안으며 말한다.
자신도 이제 정말로 행복하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16화
박동훈: 너 나 살릴려고 이 동네 왔었나 보다. 다 죽어가는 나 살려 놓은 게 너야.
이지안: 난 .. 아저씨 만나서 처음으로 살아봤는데...
박동훈: 이제 진짜 행복하자.

박동훈 :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이지안: 네, 네...
저는 처음 이 드라마를 한 동안 안 봤었습니다.
넷플릭스에 올라온 썸네일에 아이유의 멍든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녀린 여자의 상처를 보는 게 왠지 기분이 편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를 시청하게 되었고 보는 내내 즐거웠고, 먹먹했고, 따뜻했습니다.
나의 아저씨. 이 드라마가 있어 감사했습니다.
고 이선균님의 마음이 정리되면 다시 또 정주행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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