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카피를 통한 상품 의인화가 필요한가?
카피라이터가 광고를 끌고 가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위트가 있는 유머형으로 끌고 갈 수도 있고, 철학이 담긴 생각형 광고로 끌고 갈 수도 있고, 공익적 목적을 담은 사회형으로 끌고 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떨 땐 꽉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좀 더 쉽게 풀 수 있는 방법이 의인화입니다. 의인화는 첫 째 제품과 사람을 동일시하여 소비자가 받아들이기 편합니다. 또한 카피를 던지기는 카피라이터 입장에서도 수월하게 카피가 써집니다. 카피가 멋 부릴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친구와 대화할 때 사람들과 말할 때 거창한 말로 포장하지 않고 생활 언어를 쓰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이 잘 만들어지면 제품의 하나의 칼라가 됩니다. 이것이 소비자 인식 속에 잘 정착되면 하나의 캠페인으로 발전해 갈 수 있습니다.
쿠첸 브레인, 카피로 상품을 의인화 하기
쿠첸은 오늘 중반 새롭게 밥솥을 시장에 론칭했습니다. 밥솥의 일등 쿠쿠와 대립하는 구도에서 쿠첸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했을 것입니다. 쿠쿠나 다른 밥솥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야 했을 것입니다. 그 새로운 길이 무엇일까 카피라이터뿐만 아니라 디자이너 등 제작팀은 고민했을 것이고 여러 아이데이션 중 쿠첸을 생각하는 밥솥으로 정리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쿠첸의 새로운 브랜드명이 브레인이었기에 거기에 가장 걸맞은 것이 제품 의인화였을 것이고요. 브레인이기에 여러 아이디어가 나왔을 것입니다. 인공지능 뇌가 들어 있는 밥솥이라든지, 회사의 브레인처럼 밥을 맛있게 지어주는 브레인으로 등장시킬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장 직접적인 쿠첸 밥솥 자체를 의인화하기로 결정한 듯합니다. 특히 몸값이 비싼 김연아를 톱모델로 기용한 입장에서 쿠첸 밥솥과 김연아를 동등한 자격으로 놓아 쿠첸 밥솥의 가치를 올리고자 한 듯 합니다. 쿠첸을 생각하는 밥솥으로 정의하고 카피라이팅을 하다 보니 좀 더 소비자 속으로 파고드는데 성공적이었습니다.
처음 프리론칭 편을 보면 쿠첸 브레인의 등장을 쉽게 표현합니다. 카피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이 쿠첸의 이름은 브레인' '브레인은 생각하는 밥솥' '브레인은 자신의 주인이 누구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톱모델 김연아를 보고 쿠첸 브레인은 놀랍니다. '헐~김연아다 쿠첸 브레인' 간결하면서도 재미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미식지능, 쿠첸이라는 슬로건도 제품의 정의를 아주 잘 표현한 카피라고 생각됩니다. 비주얼 또한 단순하면서도 깔끔하게 표현되어 고급감을 잘 끌고 갔습니다.
런칭 편 카피를 보면 브레인은 생각하는 밥솥이다. 내가 산 쌀의 품종까지 생각하고 그에 맞는 밥 짓기를 생각한다. 종종 지구도 생각하고 가끔 자기가 예쁘다고 생각한다. 미식지능 쿠첸으로 끝을 맺습니다. 담백하면서 할 말 다하는 카피로 생각하는 밥솥 쿠첸을 잘 표현하였습니다. 밥솥이 쌀의 품종을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쌀 품종이 있는데 그것들을 생각하는 밥솥이라니... 거기에 맞춰 밥을 지어준다니... 거기다 지구의 환경도 생각하고 제품의 예쁜 디자인까지 생각한다니... 정말 할 말 다한 카피입니다. 여기에 의인화된 깜찍한 제품과 김연아의 깜찍한 연기가 더해지면서 완성도 높은 광고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고 생각됩니다.
우리는 종종 의인화를 통해 광고를 할 때 범하는 우가 너무 과장되어 제품은 남지 않고 광고만 남는 경우입니다. 과장도 제품과 격이 맞을 때 광고도 살고 제품도 삽니다. 태국 광고의 경우 과장을 극대화하는데요. 거기는 그들 나라만의 정서라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우리나라에서 태국 광고처럼 극과장을 한다면 광고는 뜨지만 제품이 지는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광고는 극과장도 가능하다고 보이지만 신뢰가 좀 더 필요한 고가의 제품 같은 경우 줄타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미원의 의인화는 재밌게 성공한 경우라 생각됩니다. 미원을 입힌 모델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그의 애환이라든지 그의 뒷 면목이라든지를 위트 있게 잘 풀어냈습니다. 여기에 더해 작은 용량의 미원이 개발되자 미원 부자를 만들어 소비자 공감뿐만 아니라 흥미를 제대로 끌었습니다. 의인화는 정말 잘 풀면 재미와 흥미, 관심을 끌 수 있는 좋은 광고 장치입니다. 카피를 쓸 때 카피라이터가 접근할 만한 어프로치임에 틀림없습니다. 지금 새로운 프로젝트에 들어가신 크리에이터라면 의인화를 통해 광고를 풀어가는 것도 좋을 듯싶습니다. 이것들을 잘하는 회사들이 대한민국에도 눈에 띕니다.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같은 경우 크게 성공한 캠페인입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빙그레우스를 분석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쿠첸 브레인을 잘 론칭하는 분들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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